일본의 속담/자유게시판

늙어가는 아내에게

ssarang 2008. 7. 24. 10:52
늙어가는 아내에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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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늙어가는 아내에게  

내가 말했잖아
정말, 정말, 사랑하는, 사랑하는, 사람들,
사랑하는 사람들은,
너, 나 사랑해?
묻질 않어
그냥, 그래,
그냥 살지
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

말하지 않고, 확인하려 하지 않고,
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
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

생각나?
지금으로부터 14년전, 늦가을,
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,
높은 축대가 있었고,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
그대의 집, 대문 앞에선
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
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
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

그런거야, 서로를 오래 오래 그냥, 보게 하는 거
그대가 와서, 참으로 하기 힘든, 그러나 속에서는
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,
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

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 알 한 알
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
아, 그곳은 비어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

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 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
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, 정신없이,
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
한밤,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

그래서, 그래서,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
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
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지
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
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지

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
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
그대와 더불어,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일 것이야
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
힘 없는 소리로, 임자, 우리 괜찮았지?
라고 말할 수 있을 때, 그때나 가서
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
할 수 있는 말일 거야


 
      향수에 젖어보는 흘러간 옛노래모음

1.외나무다리-최무룡 2.연분홍사랑-백남숙 3.지금도 가고싶어-나훈아 4.사랑이메아리칠때-안다성 5.동숙의 노래-문주란 6.마음은서러워도-박일남 7.고향에찾아와도-최갑석 8.꽃잎편지-백남숙 9.백마강-허민 10.님(창살없는감옥)-박재란 11.황혼의엘레지-최양숙 12.애정이꽃피던시절-나훈아 13.꿈은사라지고-최무룡 14.하룻밤풋사랑-손인호 15.호반의벤취-한상일/이주랑 16.미워하지않으리-정원 17.꿈이여다시한번-조용필 18.너와나의고향-나훈아 19.잘있거라부산항-백야성 20.물새우는강언덕-이수미 21.바닷가에서-안다성 22.백지로보낸편지-김태정 23.새벽길-남정희 24.역에선가로등-진송남 25.애모의노래-한상일 26.잊혀진여인-김태정 27.추억의소야곡-남인수(경음악)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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